‘창세기’는 에덴의 동쪽에 동산을 창설한 하나님이신 왕이 산책 나와서 자기 백성과 만나 대화를 함으로 시작한다. 대화 가운데 모든 과실을 임의로 먹되 선악과 관련된 나무 열매는 먹지 말라고 지시를 받았다. 동산 중앙에는 생명을 주는 나무 열매와 선악의 지식을 주는 나무 열매가 있었다. 왕이 궁정 정원에서 백성을 만나는 제도는 아버지 집의 모형인 성전을 보면 좀 더 알 수 있다. 성전 동쪽에 문이 있고 문 안으로 들어가면 여인의 뜰 혹은 이스라엘의 뜰(이방인의 뜰)로 불려지는 공간이 있다. 서쪽에는 왕이 거주하는 집이 있고, 뜰과 왕의 거주지 사이에 왕과 백성 사이를 중재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섬기는 공간이 있었다. 제사장들이 이 곳을 드나들며 직무를 수행하였다.
예수님께서 내 아버지 집이라 하신 곳이 이 성전이며, 이 집의 뜰(선물을 가지고 알현하는 곳)이 궁정이다.(눅2:49) 이 궁정(Garden, courts)에서 왕이 백성과 소통을 하거나 재판을 하였다. 영어의 법정과 정원이 같은 단어인 Courts를 사용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산을 거니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피했던 사건은 소통의 장소인 이 동산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소통 없이 영원히 사는 것을 막는 조치가 생명의 나무의 열매를 먹지 못하게 동산에서 내어 보내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신으로는 섬기지만, 그 신을 왕으로 섬기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사람이 하나님 대신 왕 노릇(선악 재판)을 하며 하나님 흉내를 내어 하나님과 유사하게 왕궁을 짓고 궁정에서 재판을 했다. 에스더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왕에게 나아갔던 장소가 바로 이 곳이며, 이 사건은 왕의 궁정에 백성이 다가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신 예수님은 이 ‘아버지 집에 우리가 거할 처소를 예비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 처소 또한 동일하게 아버지 집의 이 뜰일 것이다. 고라 자손은 이 ‘궁정을 사모함으로 마음이 쇠약해졌다’고 시편에 기록하고 있으니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짐작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재판을 받으시던 장소도 이 뜰이었다. 베드로는 그 뜰에서 불을 쬐며 상황을 살폈을 것이다.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는 백성을 모으는 일을 위하여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구별하셨다. 즉,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에서 그 자손이 번성하여 강대한 나라가 되게 하시려는 것이다. 하나님은 소돔을 심판하러 오셔서 아브라함을 통하여 의로운 나라, 공평한 나라를 만드시겠다고 하셨다. 의나 공평은 모두 먹는 것과 상관이 있다. 하나님 맘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을 아브라함과 나누시는 장면은 이 궁정을 연상하게 한다. 그 내용은 재판,심판(선악 판단)과 나라이었음을 주지하자. (창18:18,19) 이 모든 것의 결국은 사람들과 함께할 하나님의 처소를 이 땅에 만드는 것이다. 그 손자 야곱이 꿈에 보았던 하늘과 땅이 연결되던 장소도 동일한 하나님과의 소통의 장소이며 베델 즉 하나님의 집이다. 하나님이 가장 관심을 가지시는 것이 자신의 백성과의 소통, 먹는 것, 생명, 그리고 재판(심판)이라고 생각되므로 나는 요즘 이것을 묵상 중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먹을 것을 구하러 남쪽으로 내려가 애굽에서 살게 되었고, 하나님은 이 상황을 자신의 백성의 숫자를 늘리는 일에 사용하셨다. 숫자가 늘어나 저들에게 위협이 되니 하나님 나라 백성 전체를 노예로 삼게 된다. 이들이 부르짖으므로 모세를 불러서 이끌어 내신다. 이들을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정비하는 것을 기록한 책이 ‘민수기’이다. 숫자들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들에게 성전 모형이 주어지고 성전 주위에서 사는 법이 주어진다. 이것은 생명과 화평을 위한 언약 법이라고 구약의 마지막 책인 ‘말라기’에서 밝힌다.(말2:5) 세대가 바뀌고 이 법을 새로운 세대에게 복습을 시키면서 가르치는 것이 ‘신명기’이다. 법에 대한 참고서 혹은 복습서이다. 문제를 해결하도록 재판권을 위임하시는 책이 ‘사사기’이다. 원어에는 ‘재판기’라고 되어있다. 이웃 나라들의 강한 왕정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보니 자기들에게도 왕을 달라고 하나님께 간청하였다. 하나님은 자신의 왕 됨을 싫어 버렸다고 슬퍼하시면서 사람 중에서 왕을 허락하신다. 왕 제도가 허락된 초반에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 좋은 왕이 먼저 등극했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왕으로 대체되고 하나님 나라는 정비된다. 이 과정을 기록한 책이 ‘사무엘서’이다.
처음부터 재판(선악판단)문제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였더라면 좋았을 일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사사기 시대와 같다고 느껴진다. 곧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 왕처럼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판단하고 행하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강력한 지도력을 갈구하므로 사람 중에서 아주 강력한 왕이 나올 것이다. 이 역시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왕중왕으로 대체될 것이다.
계시록의 마지막을 보면 생명나무가 있는 동산이 등장한다. 이것은 처음 동산에 있었던 나무이다. 하나님의 집도 이 땅에 등장한다. ‘하나님이 사람들과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라는 것이 결론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동산을 사모한다. 이 동산 즉, 정원이 내 속에서 또한 이 땅에서 하늘의 모형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것이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마13장)
아버지 집을 사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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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이 하나님과 소돔 백성의 상태에 대하여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시는 장면은 교회가 하나님의 궁정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에 대하여 의논해야하는 모습의 본처럼 보인다.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거하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 (시편 65:4)
본문 말씀의 ‘주의 뜰’이 곧 왕으로서의 하나님의 궁전 뜰이다. 그곳에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이 있음을 본다.